마이멜로디 체리 립에센스
벨먼 (VEILMENT)
며칠 정도 쓰고 그만 둘 줄 알았던 립밤인데, 예상보다 오래 쓰다 보니 장단점이 더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몇 번 더 놀랐던 점은 상황별로 보습 유지력이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는 것. 보통 립밤은 실내에서는 괜찮아도 밖에 나가 바람 맞으면 금방 사라져버리는데, 이 제품은 바람이 강한 날에도 입술이 갑자기 따가워진다거나 갈라지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마스크를 오래 써야 하는 날에도 크게 밀리지 않아서, 마스크 안에서 습기 때문에 립밤이 녹아내리는 느낌이 적었다. 이런 안정감은 은근히 신뢰를 높여준다.
또 한 가지 칭찬하고 싶은 건 겹바름에 대한 피로감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립밤은 두세 번 덧바르면 오히려 입술이 무겁고 답답해지는데, 이 제품은 상담히 얇게 도포돼서 여러 번 발라도 무겁지 않았다. 특히 공부하거나 일할 때 계속 입술을 만지는 버릇이 있다면 이런 점이 꽤 중요한 요소가 된다. 나도 집중하다 보면 입술을 건드리거나 깨무르는 습관이 있는데, 이 립밤은 코팅층처럼 굳어버리지 않아서 손으로 만져도 크게 이질감이 없었다.
성분적인 면에서도 만족도가 높았다. 물론 전문적으로 성분을 분석할 정도는 아니지만, 과도하게 화학적 향이 나거나 프레그런스가 강하게 남는 느낌이 없어서 장시간 사용해도 부담이 덜했다. 입술이 예민해서 가끔 따끔거리는 제품이 있었는데, 이건 그런 반응이 전혀 없어 장시간 사용에도 안정적이었다. 잘 때 듬뿍 올려두면 다음날 아침 입술이 퉁퉁 붓는 사람이 있는데(특히 유분 많은 제품), 이 립밤은 그런 과한 유분감이 없어 오히려 편안했다.
립컬러와의 궁합도 생각보다 좋았다. 매트 립스틱과 함께 사용할 때는 소량만 살짝 깔아줘도 밀림이 심하지 않았다. 촉촉한 틴트랑도 잘 어울렸는데, 유분이 겹쳐져서 색이 번지거나 색 농도가 옅어지는 문제가 거의 없었다. 바르고 한 5~10분 정도 지나면 입술에 적당히 흡수되면서 보호막만 남는 느낌이라 베이스용으로도 꽤 안정적인 편이었다.
다만 지나치게 수분감만 강조된 제품을 좋아한다면 살짝 아쉬울 수 있다. 이 제품은 ‘촉촉해 보이는 광택’보다는 ‘입술 건강을 유지하는 보습’에 더 가까운 타입이라, 유리처럼 반짝이는 립밤 느낌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심심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장시간 사용해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오히려 이런 과하지 않은 균형감 때문에 데일리용으로는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쓰기 좋다고 느꼈다.
일주일 이상 꾸준히 바르며 느낀 변화도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각질이 올라오는 주기가 확실히 늦어진 것. 평소엔 하루만 신경을 못 써도 바로 입술이 거칠어지던 타입인데, 이 제품을 쓰고부터는 하루 정도 립밤을 안 발라도 크게 심하게 텄다는 느낌이 덜했다. 물론 완벽하게 각질을 없애는 기능은 없지만, 기본적인 수분과 유분 균형이 잘 맞아서 입술 컨디션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느낌이다.
종합적으로 정리하자면, 이 립밤은 화려한 기능을 내세우기보다 꾸준히 쓰면 진가가 드러나는 안정적인 제품이다. 바를 때의 감촉, 향의 은은함, 과하지 않은 오일감, 덧발라도 무겁지 않은 질감, 그리고 입술을 편안하게 유지해주는 지속력까지 균형이 잘 잡혀 있다. 가격도 부담 없어 여러 개 쟁여두고 가방·책상·침대 옆에 각각 두고 쓰기에도 좋다. 립밤을 거의 생활 필수품으로 쓰는 사람이라면 만족감이 꽤 높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