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요새 인스타에서 감성 향수로 난리 났다며 가을 분위기 내보겠다고 큰맘 먹고 사온 센녹 슬로우 셉템버 향수인데, 칙 뿌리자마자 조용한 숲속에 온 것 같은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우디 향이 싹 퍼지면서 잔향도 은은하게 오래가 주말에 외출할 때 뿌려주면 갑자기 분위기 있는 멋진 아빠가 된 것 같아 꽤 맘에 들긴 한데, 아무래도 찐 향수다 보니 발향력이 엄청나고 초반에 알코올 기운도 훅 올라와서 이거 촥촥 뿌린 날엔 갓 돌 지난 우리 아기 번쩍 안아주고 볼 부비며 뒹굴기엔 애기 후각에 너무 자극적이고 머리 아플까 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눈치만 보게 되니, 집에서 향기 나는 아빠 되려다 오히려 애기랑 생이별할 판이라 이 예쁘고 비싼 향수는 그냥 제 회사 서랍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평일 팀 회식이나 밖에서 친구들 만날 때만 몰래 칙칙 뿌리고 혼자 기분 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