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성과급 들어온 김에 큰맘 먹고 백화점 가서 질러본 크리드 실버 마운틴 워터입니다. 하도 남자들 사이에서 '성공한 냄새', '부티 나는 냄새'라고 띄워주길래 호기롭게 40만 원 넘게 주고 카드 긁었는데... 솔직히 깔 건 좀 까야겠습니다.
일단 향 자체는 진짜 좋습니다. 처음에 딱 뿌리면 엄청 차갑고 쨍한 쇠 냄새? 잉크 냄새 같은 게 살짝 나는데, 시간 지나면 녹차랑 머스크 섞인 깔끔하고 시원한 향으로 바뀝니다. 요즘같이 날 풀리는 봄여름에 빳빳하게 다린 흰 셔츠 입고 이거 뿌리면 확실히 좀 세련된 3040 직장인 느낌은 제대로 납니다. 흔한 아재 스킨 냄새랑은 차원이 다르게 고급스럽긴 해요.
근데 진짜 쌍욕 나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조루 지속력'입니다. 비싼 돈 주고 샀는데 출근할 때 뿌리고 점심 먹고 자리에 앉으면 냄새가 싹 날아가고 없습니다. 코를 손목에 파묻어야 겨우 나요. 결국 다이소에서 공병 사다가 덜어서 수시로 뿌려야 됩니다. 돈이 줄줄 새는 기분이에요.
그리고 저 하얀색 병도 문젭니다. 지난번 샤넬처럼 불투명해서 잔량 확인 절대 안 되는 건 기본이고, 겉에 하얀 코팅이 은근히 잘 벗겨집니다. 사진 밑부분 테두리 보시면 벌써 살짝 누렇게 까지고 때탄 거 보이시죠? 비싼 향수인데 막 굴리면 순식간에 헌 옷 수거함 에디션 됩니다.
결론적으로 향은 기가 막히게 좋은데, 지속력이 너무 쓰레기라 다 쓰면 제 돈 주고 다시 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향수 하나에 40만 원 쿨하게 태울 수 있는 재력가 아니면, 그냥 이 돈으로 소고기 사 드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