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옷장 정리하다가 서랍장 구석에서 발굴한 유물, CK 원(ck one)입니다. 액체 색깔 벌써 누렇게 변한 거 보이시죠? 20대 대학생 때 소개팅 나간다고 팍팍 뿌리던 국민 향수인데 아직도 안 버리고 있었네요.
향 자체는 다들 아시는 그 상큼한 레몬 스킨에 깔끔한 비누 섞은 냄새예요. 오랜만에 맡으니까 추억 돋고 좋긴 한데, 솔직히 3040 짬바 먹은 직장인이 정장이나 비즈니스 캐주얼 쫙 빼입고 뿌리기엔 냄새가 너무 '어려' 보입니다. 나이에 안 맞게 혼자 붕 뜨는 느낌이라 요즘 밖에다 뿌리고 나가기엔 왠지 좀 민망하더라고요.
치명적인 단점은 저 허접한 용기예요.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뚜껑은 진작에 잃어버렸고, 스프레이 펌프 부분도 워낙 부실해서 오래 두면 질질 새거나 쇠 부분에 녹이 엄청 잘 슬어요. 100ml짜리라 용량은 또 무식하게 커서, 쓰다 쓰다 질려서 결국 다 못 비우고 저렇게 방치하게 되죠.
게다가 지속력도 엄청 짧아서 출근할 때 듬뿍 뿌려봤자 점심시간이면 흔적도 없이 다 날아가고 없습니다. 옛날 생각날 때 주말에 집에서 기분 전환용으로나 가끔 허공에 뿌려야겠어요. 내일모레 마흔인 아재들보단 갓 20살 된 조카 입학 선물로 주면 딱 맞을 향수예요. 굳이 지금 제 나이에 내돈내산으로 다시 살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