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머리가 좀 휑해지는 것 같아서 화장실에 있는 탈모 샴푸 아무거나 집어 썼는데, 알고 보니까 루톤 이거 여성 전용 샴푸네요 ㅋㅋㅋ 통 뒤에 'For WOMEN'이라고 떡하니 적혀있는 걸 며칠 쓰고 나서야 봤습니다.
일단 남자 입장에서 제일 귀찮은 건 펌프가 아니라 튜브형이라는 겁니다. 샴푸는 무조건 눈 감고 펌프로 푹푹 짜서 써야 제맛인데, 미끄러운 젖은 손으로 뚜껑 캡 열고 짜려니까 은근 승질납니다. 게다가 200ml라서 용량도 쥐똥만 해서, 저처럼 샴푸 팍팍 쓰는 사람들은 금방 다 쓸 것 같네요.
근데 막상 감아보면 복합성 두피인 제 기준에도 꽤 좋습니다. 여성용이라서 엄청 달달한 꽃향기 나고 영양감 넘쳐서 금방 떡질 줄 알았거든요? 근데 약간 건강한 풀때기나 허브 같은 냄새가 나고 (비건 샴푸라 그런가 봅니다), 감고 나면 코랑 이마 못지않게 정수리에 끼던 개기름이 싹 빠지면서 엄청 뽀득뽀득해집니다.
그리고 남성용 탈모 샴푸 특유의 머리카락 뻣뻣해지는 빗자루 현상이 덜합니다. 헹구고 나면 머릿결이 은근히 부들부들하게 마무리돼서 귀찮게 트리트먼트 따로 안 챙겨 해도 되더라고요. 여성 전용이라고는 하는데 남자 두피 개기름 잡고 머릿결 보호하는 데도 의외로 잘 맞습니다.
저처럼 오후만 되면 정수리 떡지는 복합성 두피인데, 뻣뻣해지는 독한 남성용 쿨샴푸는 극혐하는 분들한테 추천합니다. 와이프나 여친 분이 화장실에 이거 두고 쓰시면 옆에서 몰래 한 번씩 짜서 써보세요 ㅋㅋ 튜브 뚜껑 여는 귀찮음만 참으면 샴푸 자체는 아주 쓸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