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맘 먹고 백화점 갔다가 '우디향 끝판왕'이라는 직원 말에 홀려서 내돈내산한 딥티크 탐다오 오드퍼퓸입니다. 까만 병이라 화장대에 올려두면 간지는 나네요.
근데 요즘같이 날 풀리는 봄에 이거 뿌리고 출근하면, 사무실 사람들이 주말에 템플스테이 다녀왔냐고 물어봅니다. 첫 향부터 완전 쌩 나무 냄새, 톱밥 냄새가 훅 치고 들어오거든요. 좋게 포장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편백 사우나나 절간 냄새인데, 팩트만 말하면 그냥 걸어 다니는 4B 연필심이나 낡은 원목 서랍장 냄새 그 자체입니다.
지속력은 무식하게 오래가서, 오후 회의 시간까지 제 몸에서 향냄새가 올라와 살짝 멀미가 납니다. 3040 직장인이 각 잡고 정장 입었을 땐 좀 중후해 보이겠지만, 평소 캐주얼 입고 다니면 옷차림이랑 냄새가 완전 따로 놉니다.
가격은 더럽게 비싼데 호불호가 너무 심해서, 슬슬 땀나기 시작하는 지금 날씨엔 쳐다보기도 싫네요. 당분간 구석에 봉인해 뒀다가 늦가을에나 꺼내야겠습니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해도 무턱대고 블라인드로 샀다간 바로 당근마켓 직행이니 꼭 시향 먼저 해보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