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생일 때 지인한테 선물 받아서 화장대 구석에 박아뒀던 몽블랑 레전드예요. 까만 병 모양이 무슨 위스키 힙플라스크처럼 생겨서 겉보기엔 꽤 멋있어 보이긴 하죠.
근데 향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독한 남자 스킨 바른 K-직장인 부장님' 냄새예요. 처음 딱 뿌리면 목욕탕에 있는 강한 스킨 향이 훅 치고 들어오고, 시간이 지나면 살짝 달달하면서 묵직한 바닐라랑 머스크 향이 남아요. 20대 대학생들이 뿌리면 아빠 스킨 몰래 바르고 나온 느낌이라 절대 안 어울리고요. 최소 30대 중후반 아재들이 정장 입고 넥타이까지 맸을 때나 겨우 소화 가능한 향이에요.
솔직히 요즘같이 땀나기 시작하는 따뜻한 봄 날씨에 뿌리긴 완전 에러예요. 향 자체가 워낙 텁텁하고 무거워서, 이거 뿌리고 출근길 만원 버스나 지하철 타면 옆 사람한테 두통 유발하기 딱 좋습니다.
그리고 쓰면서 느끼는 제일 치명적인 단점은 저 새까만 병이에요. 시크하고 간지는 나는데, 안에 내용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빛을 비춰봐도 전혀 안 보입니다. 펌핑이 안 될 때까지 매번 흔들어서 찰랑거리는 느낌으로 남은 양을 때려 맞춰야 해서 은근히 사람 답답하게 만들어요.
평소에 맨투맨 입거나 캐주얼하게 출퇴근하시는 분들은 굳이 돈 주고 사지 마세요. 옷차림이랑 냄새랑 완전 따로 놉니다. 찬 바람 쌩쌩 부는 한겨울에 코트 입을 때나 가끔 뿌릴까 말까 한 묵직한 향수니까, 올리브영 세일 코너에서 병 예쁘다고 블라인드로 덥석 집어 오시면 백퍼센트 후회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