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에 적당량을 덜어냈을 때 느껴지는 텍스처는 마치 고급스러운 수분 크림이나 꾸덕한 요거트 같은 느낌이었어요. 너무 번들거리지 않으면서도 밀도 있게 꽉 찬 제형이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지 않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쫀득하게 달라붙는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특히 향기에 대해서는 입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모자란데, 샴푸가 숲속의 상쾌한 공기와 젖은 흙 내음을 연상시킨다면 이 컨디셔너는 그 숲속 깊은 곳에 핀 야생화와 나무줄기에서 배어 나오는 묵직한 수액의 향이 섞인 듯한 느낌이에요. 머리카락에 바르고 조심스럽게 마사지를 하다 보면 욕실의 뜨거운 증기와 만나 향이 더욱 입체적으로 살아나는데, 그 순간만큼은 온 세상의 소음이 차단되고 오직 나만의 프라이빗 스파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